[그림일기] 풀꽃
3월 이후 코로나 집콕 생활을 하게 되면서 가장 분주해 진 곳은 우리집 뒷마당.
이 전에는 학교 이후 이어지는 방과후 활동, 숙제 시간 등 사실 상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는 모든 방과 후 활동이 끊기고 덕분에 아이들이 휴식 시간으로 뒷마당을 자주 이용하게 된 것.
특히나 지난 여름 방학 아이들 생활을 돌이켜 보면 '자연인'이 따로 없었다.
일어나기가 무섭게 후다닥 세수하고 이 닦으면 뒷마당부터 나가는 아들.
책 좋아하는 딸이 집 안에서 안보이면 당연스레 찾으러 가게 되는 해먹 속이나 나무 그늘 아래.
물론 24시간 아이들과 집콕 생활하면서 물론 힘든 구석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로서 이 시간들이 감사하다.
미국에서도 특히나 교육열이 높은 동부에 살고 있는데다 이 곳의 아이들의 지원에 열성적인 한국 엄마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한국과 무엇이 다른가' 싶을 때가 있다. 다행히 워킹맘이라 그 커뮤니티 안에 들어갈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만. 고등학교 입학부터 대학교까지 이미 한국에서 입시 전쟁들을 빠삭히 치러 받기에 이왕 미국에 지내는데 아이들에게 그 혜택을 주고 싶었다.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는 시간.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지금 가장 제공해주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더욱 강제적으로 이 시간들이 주어졌으니 은근히 고맙기도.
주말마다 가는 바다, 하이킹이 더 없이 소중하고
길 거리에서 발견하는 작은 꽃, 풀에도 감동을 하게 된다.
전 날 캠핑장에서 신나게 자전거 타고 하이킹하고 고기까지 구워먹고 온 우리들.
다음 날 일요일엔 그림 그리기 시간 이후 잠깐 산책 시간을 가졌다.
이후 또다시 돌아온 오후 뒷 마당 릴랙스 시간.
장난감 칼 들은 아들은 엉뚱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나뭇가지와 칼싸움을 하고 있고
우리 딸은 해먹에서 빈둥빈둥,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는다.
그 옆 풀밭에 앉아 늦은 오후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자니
내 엉덩이 옆에서 삐죽이 올라온 풀꽃이 눈에 띈다.
일요일의 여유로운 감성 때문인가
그것을 비추는 햇살과 꽃잎 하늘거리게 하는 바람이
아름드리 풀꽃을 한 참이고 바라보게 한다.
왠지 마음이 가득차 보인 듯한 이 풀꽃에서
긍정의 마인드로 무장하고 지내고 있는 씩씩한 내 모습이 보이니 괜시리 반가운 기분.
갑자기 요즘 재미들린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를 시도해본다.
이상하면 어때 나만 좋으면 됐지. ^^ 생각나는 대로 끄적끄적 쓰고 그리기.
이번 주 주말도 마음 가득차게 보냈으니 오늘 월요일 달려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