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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마음공부 ] 미국맘의 현명한 하루살이

문득 내 손 바라보기

봄치즈 2020. 12. 22. 08:22

“우리 oo이는 엄마를 많이 도와주는 효녀인가보네

그런데 설겆이를 많이해서 그런지 손이 넘 건조해요. 어머근데 주름이 왜이렇게 많니? 

주름이 많으면 나중에 고생많이 한다는데설겆이 한 다음에는 잊지 말고 꼭 크림 바르세요.

 

“…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보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은 항상 단정해야 한다를 강조하셨고

이에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 앞으로 나가서 손을 펴고 앞뒤로 보여드리며 손톱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 날 난 처음 알았다내 손바닥에 주름이 많다는 것을.

사실 손톱정리를 하면서도 내 손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선생님 말을 듣자 마자 몰려오는 부끄러움 (어린 시절 나는 너무도 내성적인 아이였다. 특히 밖에서는 더더욱).

사실 단 한 번도 설겆이를 해 본 적이 없음에도 선생님의 말에 대꾸도 못하고 

‘효녀’의 타이틀을 달고 얼굴이 벌개진 채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날 수업 내내 선생님 말씀이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평소 손이 작다는 말을 들어봤어도 주름은 처음 들어봤는데 가만히 보긴 많긴 하다.

 

“엄마가 보기엔 예쁘기만 한데?

 

집에 돌아오자 마자 두 손을 펴들고 엄마에게 가니 역시나 예상대로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하신다.

 

oo아빠가 뭐 보여줄까? 이리 와보렴.

 

옆에서 듣고 있던 아빠가 나를 부르셔 가보니 바로 아빠 손을 보여주신다.

 

헉…엄청난 주름이다거의 나의 세 배쯤.

손도 엄청 작으신거 보니 난 아빠 손을 고대로 빼닮은 듯.

 

“자고로 주름이 많으면 손재주가 많다 했어손을 자주 움직이게 되니 주름도 많이 생기지 과거에는 일이 많으면 고생스럽다고 생각해서 그럴지 몰라도 요즘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면 오히려 복 아니겠니그만큼 너를 필요로 하는게 많으니까.

 

단숨에 안도감이 든다

사실 여부를 의심할 수도 없는 것이 아빠는 손재주가 참 많으시다.

오랫동안 서예를 쓰셔서 호가 있으신데다 손글씨도 너무 좋으셔서 초등학교 6년내내 우리 반 칠판 옆에 붙여진 큰 시간표 글씨는 항상 아빠 담당이셨다. 게다가 만들기와 조립도 최고이니 만들기 숙제가 나올 때마다 믿는 구석이 있는 나는 항상 자신감에 차있었다. 게다가 미식가 답게 음식 솜씨도 일품일요일은 그야말로 아빠가 요리사 되는 날.

 

문득 오늘 내 손을 보는 순간 아빠 말씀이 떠오른다.

아빠 말씀이 맞았다.

물론 요즘 컴퓨터를 안쓰는 직업이 없겠지만 과거 직장에서도 나의 주된 임무는 대부분 글쓰기였다

지금의 일도 리포트 쓰는게 주된 업무이다. 게다가 일 끝난 후 시작되는 엄마의 삶. 요리설겆이, 빨래는 기본. 손이 없으면 다 안되는 일.

 

그런 재주 많은(?) 손이 요즘 너무 혹사 당했나보다.

손가락마다 습진이 생겨 아무리 연고를 발라도 너무 가렵고 아파 자다가 일어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진작에 선생님 말씀을 들을 것을. 최근 자기 전 손에 정성껏 크림 바르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생긴 작은 위안 하나

아빠만큼 주름이 많지 않은 게 어디인가

아마 그만큼 있었다면 이미 지문이 없어졌을 듯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하 

 

지금도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는 내 손과 손가락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오늘 밤엔 딸아이와 함께 매니큐어라도 발라볼까 싶다

 

 

*오늘은 잠시 내 손에게 고맙다 말해보기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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