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새로운 한 주 잘 맞이하셨죠? 일요일 아침에 써놓고 글 예약 한 번 걸어놔봤는데 시차를 제대로 감안 못하고 설정해서 그런지 여지껏 안올려져있더군요. ^^; 앞으로 규칙적이지 못하더라도 그냥 하던데로 쓰는 족족 올릴께요.
일요일 새벽녘 일어나 뒷마당에 나가보니 새소리가 너무나 청아하게 들리더군요. 그 소리를 잠깐 듣고 있다 원래 끝마치려던 책을 다시 들여다 놓고 오랜 전 읽었던 시집을 다시 가지고 나왔습니다. 시집 자주 읽으시나요. 전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요즘은 책읽기를 자꾸 '지식 쌓기'와 '교육'의 목적으로만 대하다보니 솔직히 산문집이나 시집, 문학보다는 인문서, 경제서, 자기계발서를 찾게 되더라고요. 물론 1일1독을 지향하는 건 좋지만 (물론 전 그렇게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이라도 글 한자 한자를 곱씹으면서 읽어봤던게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특히 새가 이리 귓전 가까이와서 봄이라 말해주는데 이 쯤해서 사랑 감정 불러일으키는 시집 한 권 읽어줘야 봄도 덜 서운하지 않을까요. 시집 읽으며 느낌 감성들 공유합니다. (새벽녘에 읽은거라 혼자 감성에 빠져있으니 감안하세요 ^^)
산문, 소설, 인문학 등 여러 장르들을 아울러 생각해 봤을 때 가장 그 작품의 길이가 짧으면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하는 것은 바로 시가 아닐까 한다. 물론 이렇게 말 할 땐 '일반적으로' 와 '개인적인 입장에서'라는 조건부를 붙이긴 해야겠지만.
시의 한 글자 한 구절들이 읽다 보면 마치 그 안의 감성들이 나비처럼 내게 다가와 그 동안 닫혀있던 나의 예민한 감성들에게 문을 좀 열어보라고 말을 거는 듯하다. 의지를 담아 조금씩 내 안의 문들이 하나 둘 열기 시작하면 시 속 감정들을 실은 나비들이 내 마음 속을 지나다니며 날개짓을 한다. 때로는 부드러운 날개짓이 주는 울림이 가끔 마음을 무너뜨릴 때도 있다. 가랑비에 시나브로 젖 듯 내 감정의 예민함이 완벽히 열리는 순간이다.
보통 맘에 드는 시간 나타나면 소리내어 다시 한번 낭독해 본다. 신기하다. 분명히 내 귀에도 익숙한 내 목소리건만 다른 떨림이 있다. 아마도 마음 속 어딘가에 쳐박혀 있던 나의 삶, 어느 기억의 단편을 꺼내 주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 기억 속 내 자리와 내 감정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시 한 권을 다 읽고 났을 땐 마치 내 마음을 깨끗하게 씻은 듯한 느낌.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는 지금의 내 안에서 그 간 소외당하고 있었던 그 감정들로 내 마음을 다시 채색하고, 그 색이 지금의 색과 버무려진다.
시를 읽은 지 꽤 되었다. 시를 읽을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그런 감정에 젖어드는 내가 약해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렴움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손에 들려진 이정하 시인의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아마도 지금쯤 한 텀은 쉬어가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정하 시인의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지금은 젊은 날의 초상속에서나 있을 법 한, 혹은 유치해 볼지 모르지만 사랑과 그리움이란 감정들을 나에게 상기시켰다. 맞아 그런 날이 있었지.
비록 첫 사랑이 부부의 연을 맺어 지금의 내 옆의 사랑으로 이어져 오고 있지만 그러함에도 같다고 말할 수 는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사랑과 우열을 가리고 싶진 않다. 지금의 사랑 또한 지난 날의 것에는 없는 깊이가 있기에. 그러나 그 시절에는 지금의 빛바랜 순수함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온 마음을 쏟을 수 있었던 지금 보다는 약하지만 예뻤던 내 모습이 있었다.
이번 책에서는 이정하 시인의 시와 함께 매 시 다음에 그에 담겨진 그만의 에필로그가 선사된다. 본래는 가늠 할 수 없는 작가의 마음을 몰래 훔쳐 본 듯한 느낌.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에 작가의 것을 보태어 작품을 더 잘 음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읽다 보니 과거 순수했던 시절의 사랑에서 나의 생각의 범위가 벗어나기 시작한다. 굳이 사랑에 대해 국한 짓지도 말자.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이 사랑하는 상대가 될 수도 있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타국에 있으면서 더욱 그리워지는 한국의 엄마 아빠가 떠오른다. 떠나보내는 사랑에 대해서는 언젠가 아이들이 장성하여 내 품에서 떠나갈 그 날이 떠올려보게 된다. 어떤 시는 내가 바라고 있는 미래의 꿈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으로 떠올리고 그 안에서 내 감성을 어루만지고 위로 받는 것. 그게 바로 시를 읽는 이유이지 않을까.
맘에 들어온 시들에 마킹을 해보다 지금의 시점에 딱 맞아 떨어지는 듯한 시를 적고 간단한 나의 에필로그도 작성해 본다.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굽이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 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 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이제껏 내 인생이 험난하다고는 감히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만의 꿈을 위해 열심히 달리다 보면 아무리 긍정의 마인드로 무장을 했다손 치더라도 고비가 올 때가 있다. 매일에 의미가 있을 순 있어도 매일 행복할 순 없기에. 때로는 삶이 막막하고 답답할 때도 있는 법. 우연히 듣던 노래에 울컥해져서 눈물이 나올 때도 있는 법. 그럴 땐 5분 간만 시원하게 우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눈물과 같이 얹혀있던 부정적인 기운을 쏟아버리고 나면 다시 개운함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다시 희망의 메세지를 하나씩 넣어본다.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내 삶의 거름들이 모아지고 있는 지금, 그 어느 것보다 아름다울 미래의 나만의 꽃 밭을 상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응원 메세지를 건넨다. 내 자신에게.
*오늘 차 한 잔과 함께 마음에 드는 시 한구 읽어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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