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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 속 배움 & 좋은 생각

<아티스트웨이> 내 안의 아티스트 만나기

봄치즈 2020. 7. 14. 22:18

혹시 자신이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스스로를 그 반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창조적인 것보다는 논리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기보다는 체계적인 계획을 더 좋아하는 그야말로 조직적인 사회에 맞는 사람이죠.

 

물론 학창시절에는 지금 보다 더욱 고지식했던 것 같네요. '학생이면 당연히 OO 해야지'하면서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모범적인(?) 생각과 행동들만 했으니. 그러다 들어간 첫 회사. 그야 말로 창조성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로만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죠. 윗사람에게 무조건 깍듯이해야하고 상사가 담배피러 나가면 따라나가야하는 (지금은 물론 그 문화가 많이 바뀌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 요구하는 관료주의 정신 또한 당연히 없었어요. 입사하자마자 부장님도 '장' 안에 존칭의 의미가 있으니 '김부장' 이라고 부르라고 했으니깐요. 신입사원이 '김부장!' 이렇게 부른다는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처음에는 그리 어색하더니 나중에는 그 마저도 '김부'로 줄여서 부르게 되더라고요. 하하 부를 때도 내 자리에 그냥 앉아서. ^^ 역시나 인간은 환경에 쉽게 적응하더군요.

 

게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창의적이니 일을 할 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밤샘에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많았지만 정말 좋아하고 즐거워하며 일했던 것 같아요. 자유로운 분위기로 인해 저 또한 '완벽주의' 성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면 아이디어를 마구 투척해보는 무모한 용기도 얻게 되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러한 격식이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한 7년 간 많이 배우면서 내 스스로 만들었던 여러 속박 및 틀을 많이 깨뜨린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그나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생각하는 데 있어 조금은 유연하지 않나 합니다.  

 

이 후 결혼 후 미국에 와서 아이를 키우면서 운이 좋게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전에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과에 가까운 일을 하게 됐죠. 특히나 재택근무도 할 수 있고 (지금은 코로나사태로 매일 집콕이지만) 일의 특성상 창조성이 전혀 없이 오히려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일을 하면 잘하는 거죠. 역시 환경에 따라 바뀌는 것이 인간인가 봅니다. 결혼 전에는 나름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항상 무엇을 하던지, 심지어 일기를 적을 때조차 논리적으로 정갈하게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물론 큰 불편함은 없었어요. 두 개의 면모 다 내 모습이기에. 오히려 요즘은 '원래의 오래 전 내가 가지고 있었던 성향으로 돌아가 다시 '본연의 나'로 왔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와 중 친구에게 한 책을 소개 받았습니다.

 

줄리아 카메론의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아티스트웨이>

사실 제목부터 전혀 관심 밖이었습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과 결혼했었고 현재 작가, 시인, 시나리오작가, 영화 감독 등 다방면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부터가 굉장히 아티스트적인 사람이죠.

게다가 난 현재 아티스트도 디자이너도 아니고, 창조적이지 않음에도 무난하고 지내고 있는데 그다지 필요치 않은 '창조성'을 굳이 12주간이나 들여서 캐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읽을 책도 많은데...그러면서 쓰윽 책 제목을 머리 속에서 지웠습니다. 

 

일 주일 뒤, 미국 북클럽 모임에서 우연히 이 책 이름이 거론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아침마다 쓰는 3페이지의 '모닝페이지'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한 분의 경험담이 나왔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미 이 책 <아트스트웨이> 를 알고 계시더라고요. 흠. 갑자기 궁금해지더군요. 게다가 꼭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 공무원, 주부까지도 이 책을 읽고 삶이 바뀌었다며 시작하길 권한다는 어느 분 말씀에 마음이 혹하더군요.

 

일 주일 뒤, 때 마침 이 책을 같이 해보자는 한 분의 제안에 얼른 참여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 한들 사실 큰 기대는 없었어요. 같이 하기로 한 멤버들을 보면 만들기나, 그림, 식물 키우기 등 정말 전문가 못지 않는 금손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취미를 가지신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그에 비하면 전 그야말로 꽝손이니. 게다가 글쓰기는 요즘 그렇게 내세울 취미라고 할 수 있냐요. 큰 기대치 보다는 우선 모두가 열광을 하고 있고, 수 십년간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의 그 이유가 그저 궁금했어요.

 

한 달 전 책이 도착했습니다. 책을 쭉 훑어보니 12주 워크숍책이기에 앞의 소개글 이외에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워크숍의 가장 큰 핵심은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입니다.

 

1. 모닝페이지는 하루에 3페이지씩 매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쓰는 것입니다. 이 때 절대 생각을 미리해서 어느 주제에 맞춰서 쓰면 안되요. 그야말로 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적는 것이 포인트. 글씨는 개발새발이어도 괜찮습니다. 왜? 한 번 쓰면 나를 포함에서 아무도 보면 안되니깐요. 저자는 쓰고나서 봉투에 담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놓으라고 하죠. 

 

2. 아티스트 데이트는 나의 '행복한 작은 감성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문구점에서 스티커를 사와 내 페이지를 장식해 보기도 하고, 혼자 산책을 하면서 상념에 젖어도 되고, 좋아했던 옛날 노래들을 들으며 추억에 빠져보기도 하고요. 혼자 멀티숍 상점들을 둘어보며 아이쇼핑하는 것도 해당되겠지만. 단 20분 혹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이 같은 데이트를 하길 추천하고 있어요.  

 

현재 전혀 창조성이 없어보일지라도 내 안에는,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장조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이 책을 목적이죠. 그리고 그 것을 찾는 순간 그 변화는 내 삶을 변화시키고, 내 안의 변화를 가져 온다고 합니다. 

 

아직 전 12주까지 완성하진 못했고요. 처음 시작한 때 찍어두었던 사진을 보니 이제 시작한 지 3주차가 되었네요. 1/4 지점에서의 제 느낌을 간단히 남겨볼께요. 나중에 보면 소중한 시작점이 될 수도 있기에.

 

우선 이제껏 제 경험담을 얘기하자면 약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닝페이지라는 것이 낯설었어요. 쓰는 자체의 행위는 워낙 익숙한 터라 3페이지를 채우는 것이 사실상 크게 어렵진 않겠더라고요. 그런데 '생각의 나열' 방식이 은근 힘들었어요. 주제나 소재를 정하고 쓰는게 낫지, 내 머릿속에 막 떠오르는 걸 적는 것이....(제가 워낙 체계적인 걸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이렇게 되더라고요. 

 

'일어났는데 어깨가 너무 아프다. 우선 정신을 차려야되니 커피부터 내리자. 아 어제 이어폰끼고 잤는데 그것부터 찾아야겠구나. 아 현서도 이어폰 새로 사달라했었지'

 

이게 뭘 쓰는 건가...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게다가 은근히 내 자신을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어쩜 이리 산만할까. 생각을 단편들이 뒤죽박죽. 정말 처음보는 나의 모습이었어요. 그것을 따라가며 적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많이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왜하냐 싶더라고요. 물론 이러한 반응도 당연하다고 책에는 써 있어요. 

 

그런데 며칠 하다보니 신기한 것을 발견했어요. 그 생각들 속에서 일상 생활이었으면 그냥 지나갈 것 같은 소재들이 나오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어폰을 볼께요. 이어폰이 떠오르다보니 갑자기 어렸을 때 툭하면 자주 중이염에 걸려 고생하던 일이 떠오르고, 그래서 지금도 누가 큰 소리로 옆에서 이야기하면 귀에서 '웅~'소리가 나고. 그래서 내가 목소리 큰 사람을 별로 안좋아하나보다 등등...부터 이야기가 굉장히 깊이 들어가는 순간이 있다는 거죠.

 

평상시에도 문득 드는 생각을 짧게 적어두기는 하지만 나중에 봤을 때 그때의 감정이 100% 떠오르는 건 아닐때가 많거든요. 또한 바빠서 그 소재를 일부러 들춰보기 전까지는 다시 못보는 경우도 많아요. 또한 일기도 주로 소재나 어떠한 사건을 정하고 쓰는 것이기에. 제가 '이어폰'에 얽힌 큰 사건이 있지 않고서야 그것에 대해서 일기를 쓸 일을 별로 없을 것 같거든요. 

 

게다가 아티스트 데이트도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워킹맘으로 지내다보니 하루 1분을 쪼개 쓰는 것처럼 마음이 분주하죠 (그것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에 대해선 별개이지만). 매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한 일 체크하기 바쁜데 코로나로 집콕하는 이 마당에 문구점까지 가서 여유롭게 스티커를 살 시간이 어디있나요. 물론 스티커를 너무 좋아하기에 아마존을 이용하죠. 그리고 항상 아이들과 붙어있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아티스트 데이트'를 할 시간이 없더군요. 그래도 이왕시작했으니 잘 따라가보자. 그래야 나중에 책 비판이라도 하지하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 혼자 산책을 나가봤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니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을 이용해야하기엔 가장 좋은 시간이더라고요. 

 

걸으면서 옛날 학창시절에 들었던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정말 얼마만의 노래인지 모르겠네요. 보통 집에서도 음악을 자주 틀어놓지만 대부분 다른일을 하기 위한 배경음악 (경음악, 연주곡, 클래식 등)만을 '목적'에 맞게 들었거든요. 고등학교 시절 들었던 '전람회'노래를 들으니 온 몸에 전율이 솟는 듯 합니다. 그리고 옛 기억도 오르면서 그 벅찬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내가 진정으로 바랬던 시간이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이 날 이후 매일 오전 7시-7시반 '나 홀로 아침 산책' 습관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녁에는 기회 될때마다 가족 산책을 했었지만 '혼자'라는 단어가 주는 이 자유로움을 아실러진요. 단 30분간이라도 내 발걸음, 내 호흡, 내 감정에 빠져서 자연과 교류해 보는 느낌!

 

우선은 3주차 경험담은 여기까지 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회의감도 온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렇겠죠.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항상 슬럼프는 오는데. 어찌보면 '자기 소신'이라 포장된 '자기 고집'이 은근 센 제가 이 정도 변화를 느꼈으면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됩니다. ^^

 

아 또 하나의 변화도 있었네요. '내가 창조적인 인간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죠. 

 

그 간 묵혀두었던 내 감정 속, 그리고 오랜 기억 속에서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돌아보니 모두 창의성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더라고요. 

 

초등학교 시절 6년간 배웠던 서예, 글씨 예쁘기 쓰기에 꽂혀서 학급 서기를 도맡았던 기억, 그것이 요즘 칼리그래프 같은 것에 관심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또한 무대 공포증이 있으면서도 학예회 연극에서 '스쿠루지'로 완전 다르게 변신한 내 모습에 커다란 희열을 느꼈고, 지금도 공연을 너무 사랑하는 점, 그리고 예쁜 일러스트와 스티커 덕후 기질...

 

어쩌면 내가 살아온 지난 기억들 속 소중한 '기쁨' 속에는 이러한 창조적인 일들이 녹아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음 일정기간 열심히 워크숍을 따라가 본 후 후기를 또 적도록 할께요. 혹시라도 자신의 창조성을 찾고 싶으시다면 권해보고 싶은 책입니다. 한 번 같이 시작해보실래요?

 

 

당신 안에 당신이 모르는 예술가가 있다. - 잘랄 앗딘 루미

 

자신있게 꿈을 좇으라! 상상했던 삶을 살라. 당신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면 우주의 법칙도 단순해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작은 꽃에 눈길을 줄 만큼 사람들은 여유롭지 않으니까. 친구를 사귀려면 시간이 걸리듯 관찰하는 데도 시간이 든다. - 조지아 오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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