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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마틸다, 내 안의 초능력을 찾아줘

봄치즈 2020. 11. 14. 14:05

책을 보면서 '그 주인공이 되어보기'를 꿈꿔본 적이 언제였던가. 

초등학교 시절 일요일마다 나를 들뜨게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던 만화영화 '빨강머리 앤'. 아침잠이 엄청 많았음에도 일요일만큼은 알아서 벌떡 일어났으니. 너무 재미있어서 방영이 끝날 즈음 엄마를 졸라 책을 사봤더랬다. 왠걸 더 재미있다!

 

글을 읽을 때마다 나만의 상상력이 가미하니 그 캐릭터가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순 없다.  

지금에서야 보면 빨강머리앤은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생각들로 가득찬 실수투성이 캐릭터이건만

그 시절엔 그 과감한 스타일이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손뼉을 치며 앤의 모든 언행에 동의를 했던 그 어린 시절의 마음이 떠올라 올 초 새로운 개정판 <빨강머리 앤이 나왔을 때> 주저없이 종이책을 주문했다.

 

어린이들, 십대들의 인기 소설을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주인공의 매력적인 성격,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 전개 혹은 재치있는 문장들. 

 

그런데 아이에 따라 좋아하는 캐릭터가 조금씩 다른가보다. 해리포터 덕후인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나 역시 그것의 팬이면 좋으련만 아무리 책, 영화를 봐도 마법 주제나 판타지 장르는 그닥 끌리지가 않는다. 어떤 면에서 다행일수도 있다.  나마저 좋아했다면 우리집은 아마도 해리포터 박물관이 되었을수도.  

 

얼마전 SNS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포스팅. Roald Dahl 의 책 <마틸다> 영어챕터북 읽기 모임을 2주간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동안 우리 딸이 좋아했던 작가의 책들 중 하나 아닌가. 사실 몇 년 전부터 딸아이가 시리즈를 읽어보라고 했지만 언제부턴가 쌓여있는 내 책을 소화하기 바빠 <찰리의 초콜렛 공장> 한 권 겨우 읽었나보다. 

갑자기 딸아이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기 페이스대로 스스로 알아서 읽으면 되는 것이기에 부담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신청을 했다. 

 

근래에 들어 여유롭게 책을 읽어보는게 얼마 만인가!

내 삶이 바빠질수록 독서를 대하는 것이 공부하듯 숙제하듯이 바뀌어 온 것도 있었다. 그래서 속독은 늘었으나 그야말로 유행하는 '즐독'으로 충분히 책을 만끽한 적이 있었나 싶다. 

 

게다가 아이들 챕터북이니 영어에 대한 부담도 덜하고 내용도 재미있는 내용이니 뒷부분이 궁금해 나도 모르게 밤 늦게까지 붙잡고 낄낄거린다. 게다가 아이들과 있을 때는 오디오북으로 틀어놓으니 거실에서 놀던 둘째도 매일매일 같이 듣게 되면서 어느새 다 같이 웃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천재 소녀 마틸다. 그러나 이 아이 부모는 도통 아이에게는 관심이 없다. 아빠는 사기과 공갈로 중고차를 비싸게 팔며 돈버는데 혈안이 되어있었고, 엄마 또한 네살박이 마틸다를 하루종일 집에 방치한체 빙고게임만 하러 다닌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 아래에서도 책읽기 갈망이 있던 마틸다는 혼자 도서관을 다니며 모든 책을 섭렵하기 시작한다. 4살에 이미 찰스 디킨스, 헤밍웨이의 책들을 다 읽었으니! (역시 소설이다)  학교에 들어간 마틸다는 수학 및 연산에서도 천재적인 실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천사같은 담임 허니 선생님은 이러한 마틸다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려고 하지만 어린애들은 질색하며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교장선생님의 반대에 부딪힌다. 학교에서 교장의 만행들을 겪는 마틸다와 아이들. 그 와중에 마틸다는 집중하여 사물을 보면 마음먹은데로 컵도 쓰러지게 하고 분필도 들어올릴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면서 알게되는 허니 선생님의 불우한 지난날의 이야기들. 마틸다는 이러한 초능력을 이용하여 허니 선생님을 구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도 원하는 쪽으로 선택하게 된다. (후반부의 자세한 스포를 자제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 속사포로 책을 읽고 다시 아들과 오디오북으로 또 들었다.  

 

속시원한 마틸다의 복수극들에 박수를 치며 맞게된 결말. 그런데 신나하던 아들이 책을 다 읽자마자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도 '초능력이 있을지 모른다'며 모든 물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한 것.

 

눈을 부릅뜨고 온 방을 다니면서 보이는 사물마다 뚫어져라 몇 분씩 노려보기를 계속하는데 본인이 너무 진지하니 대놓고 웃기도 미안할 정도다. 

 

식사시간 물컵을 엎겠다고 한참을 쳐다보다 방으로 사라지고, 5분 후 PJ mask의 캣보이 코스튬을 입고 나와서 다시 시도한다. 

 

하루종일의 노력이 헛투로 돌아간 저녁무렵 '아무래도 난 초능력이 없는것 같애'라며 시무룩한 아들이 조금은 안쓰러워보여 애써 위안을 해줬다. 

 

'어렸을 때는 없었는데 초능력이 좀 커서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던데?" 

 

"아! 그래서 그렇구나. 그런 내년에 다시 해봐야겠다가"

 

 

바로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노는 아들. 단순한걸까 순진한 걸까. 

 

그래도 요맘때 시절 아니면 하지 않을 고민이기에 귀엽기만하다.

 

우리 아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 준 책 <마틸다>.

귀여운 추억거리를 남긴 소중한 책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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