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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 속 배움 & 좋은 생각

다시 읽어보셨나요 <어린 왕자>

봄치즈 2020. 12. 17. 15:38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저녁 무렵이면 항상 몰려오는 피로감. 

게다가 저녁 식사를 마친 후면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가장 참기 힘든것이 내려오는 눈꺼풀이다. 

 

하지만 "이제 엄마 일끝났다" 하며 달려와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 반 수면 상태로 대화를 하기가 빈번하다.

아이들의 수다 없는 30분간 고요함이 간절했던 지난 주 저녁 어느 날,

궁리 끝에 명상 앱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찾아 아이들을 꼬드겼다.

 

"우리 잠깐 다 누워서 이야기 들어볼까?"

 

여러 목록 중에서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너무 좋은 동화 <어린왕자>가 눈에 띈다. 

20분간 차분히 누워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재미있게 이야기를 다 듣던 딸 아이가 갑자기 "다시 책으로 읽어봐야겠다"며 방에서 책을 가져와 읽는다. 

 

나 역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에 난 한국책으로 가져와 작은 아이에게 읽어준다. (물론 둘째는 좀 듣다가 레고놀이 하러 가긴 했지만)

 

길지 않은 책이지만 항상 여운이 남는 책.

신기하게도 이번에 읽었을 때는

지난 날 무심코 흘려보내 던 문구들이 새로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언젠가 아이들이 여행할 때 이 그림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할일을 뒤로 미루는 것이 괜찮을 때도 있지만 

바오밥 나무도 그런 습관으로 관리했다간 후에 엄청난 재앙이 뒤따르거든요."

 

매일 관리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자라는 바오밥 나무의 뿌리들로 나중에는 자신의 행성 존재가 위험하다고 어린왕자가 말하는 부분이다. 수십년간을 시도조차 안해봤던 '미라클 모닝'을 계속적으로 하고 '작은 습관의 힘'을 많이 느껴본 올 한 해. 지금 알게 된 것을 우리 아이들은 좀 일찍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딸에게 은근한 압박으로 이부분을 한 번 더 읽어줘본다. (안 전해진 것 같다. ^^;)

 

무엇보다 가장 크게 내 마음에 온 구절은 장미꽃을 떠나온 것에 대한 어린왕자의 후회가 담긴 부분이었다. .

 

"그 꽃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말았어야 했어요.

꽃이 뭐라고 하든지 신경쓰지말로 그냥 바라보고 향기만 맡으면 되는 거였어요.

그 꽃은 내 별을 향긋한 향기로 가득 채웠지만 나는 그 향기를 즐기지 못했어요."

 

"그 때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어요.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고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요. 떠나지 말았어야 했는데...단순한 거짓말 뒤에 쉼긴 연약한 마음을 알았어야 했어요. 꽃이 얼나마 모순된 준재인지...그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어요." 

 

누군가에게 섭섭하거나 또는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면... 대부분은 그 사람의 순간적인 '감정'이나 '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최근 읽었던 마이클 싱어의 책 <상처받지 않은 영혼>에서 "그 사람의 감정이나 순간의 말은 그 사람의 '본질'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떠올랐다. 

어린왕자 역시 까칠한 장미의 말과 그 표현에 상처를 입고 자기 별을 잠시 떠났던 것.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간 자신을 기쁘게 해줬던 것은 장미의 본연의 향기였음을 깨닫고 정작 그것을 즐기고 감사하지 못했음에 후회하게 된다. 

 

최근 여러 마음 챙김 책들을 보면서 얻은 좋은 깨달음들로 인해 이번 <어린왕자> 속 여러 문구들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어른으로서, 엄마로서의 나에도 여러 구절들을 투영시켜 보게 된다. 

 

"왜나하면 그 왕은 자신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불복종은 용서할 수 없었다."

 

정작 자신의 별에는 아무도 살지 않음에도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기만 바라는 왕.

순간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들을 떠올려본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뜨끔. 그간 내 말에 아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계속적으로 말하거나 '왜'라는 물음을 던질 때마다 솔직히 짜증난 적이 있었다. 차마 밖으로 말을 못했지만 속으로 "내가 엄마니까 좀 들어라~!"를 외쳐댄 적도 수십 번. 이 글을 보니 순간 속으로 잘 삭혔다 스스로 칭찬도 해본다. ^^ 자꾸 저 왕처럼 행동하다간 아이들이 떠나간 빈 자리에 대고 열심히 명령을 내리고 있지나 않을지 잠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  

 

10살 딸 아이가 그린 어린왕자 그림 (2020년) 그리고 기억남는 문구

 

각자 책을 읽은 후, 딸 아이에게 <어린왕자> 속 기억에 남는 문구를 물어봤다. 

 

"비밀 하나를 알려 줄께.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 예시를 물어봤을 때 "사랑" "우정"을 말하는 걸 보니 10살 된 아이의 생각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깊은 것 같다.

 

그와 함께 <어린왕자>의 가장 유명한 문구도 얘기한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거고, 너한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거니까."

 

과거 20대에 읽었을 때는 '너'와 '나'에 자동적으로 '연인'이나 '친구'를 대입했는데

지금은 '부모와 자식'으로 읽혀지니 그 또한 흥미롭다.

이제는 나에게로 뛰어오는 아이의 발소리 크기와 속도만 들어도 이 아이들의 어떤 기분 상태인지 알아맞출 수 있으니.

솔직히 너무 서로 길들여져 있어서 걱정될 판이다.  

 

그러면서도 훗날 내 옆에서 조잘거리던 아이들의 이 소리들이 나중에는 얼마나 그리울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아니야. 그래도 좋은 게 있어. 밀밭의 황금빛을 사랑하게 되었잖아."

 

어린왕자와 헤어지는 순간 여우가 슬퍼하면서도 어린왕자를 떠올릴 수 있는 사물들로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여우의 말. 졸린 내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아이들과의 부대끼는 지금 이 시간들이야말로 훗날의 '행복한 기억'이 될 테니 이 또한 감사히 여겨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7살 아들이 뽑은 <어린왕자> 속 인상깊었던 장면 (2020년)

역시나 마무리 웃음은 우리 아들의 몫. 

 

어린왕자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이라며 그린 그림 속 에는 기계 고장으로 사막에 쳐박힌 비행기와 갑자기 나타난 어린왕자가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좋은 이유가 있어?”

“엄마 비행기가 떨어질때 ‘쿠와앙~~ ‘이런 소리가 나잖아요. 사고난 건 좀 안좋긴 한데 ‘푸와~~’ 하는 이런 부딪히는 소리가 좀 멋지기도 해.”

”....”

그리고 나서 레고 전투기 및 피규어로 열심히 전쟁 놀이하는 이 아이. “간다~~~” “쀼오용~~” “ 콰아앙~”

갑자기 이 <어린왕자> 책 속에서도 자기 좋아하는 것을 용케도 잘 찾아낸 아들이 대견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10대에 읽었을 때, 20대에 읽었을 때, 그리고 지금 읽었을 때 너무 다른 <어린 왕자>.

10년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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